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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공부

[비비추/지부나물] 7~8월 초록 숲 사이 보랏빛 꽃 ‘신비’

▲ 비비추.


7~8월 초록 숲 사이 보랏빛 꽃 ‘신비’
2012년 07월 19일 (목) 17:54:08 편집국 @

온종일 비가 내립니다. 장맛비 눈물비입니다. 세상이 온통 비에 젖어 하염없이 흐릅니다. 빗속을 뚫고 연자줏빛 꽃송이 주저리 열리며 비비추가 피었습니다. 벌도 나비도 찾아들 수 없게 적신 몸 애잔하게 고개 숙여 피었습니다.

이 꽃을 보면 늘 고개 깊이 숙이고 걷던 친구 정임이가 생각납니다. 들꽃같이 가녀리고 예뻤던 그녀가 너무나 짧은 생애를 살고 떠나든 날 두고 떠나는 자식 생각에 발걸음을 못 떼고 서성이듯 처연하게 피어있는 거 같아 이 계절 비 오는 날 피어있는 비비추만 보면 내 친구 정임이가 생각납니다.

그곳 하늘에도 가득 꽃들이 피었겠지요. 오늘처럼 비가 내릴지도 모르겠네요. 전국의 비 소식에 물가의 사람들 쓸려 내려갈 가슴을 걱정하듯 비비추가 다소곳이 피었습니다. 전국 산야 그늘 계곡이나 습지 부근에서 잘 자라는 백합과인 이 비비추는 7~8월 주로 피어 10월에 꼬투리 모양으로 열매를 맺습니다.

새순이 날 때 잎 모양이 예쁘고 자생력이 강해서 일찍이 관상용으로 심어지는 덕분에 이젠 도시에서도 익숙한 꽃입니다. 흰 비녀 같은 꽃을 피우는 옥잠화와 잎이 매우 비슷해서 혼동하기도 하지만 옥잠화보다 잎 색깔이 짙고 길이도 더 길쭉합니다. 종류에 따라 꽃 모양도 갖가지여서 십 수 가지 비비추가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난답니다.

가장 많은 종류가 참비비추이고요. 그 밖에 좀비비추·주걱비비추 ·일월비비추 등이 있는데요. 종류가 귀하기도 하거니와 모양이 아름답기에는 일월비비추가 으뜸입니다. 긴 꽃대에 자줏빛 꽃이 대여섯 송이 모여서 피어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우아한 여인이 자색 한복 곱게 입고 산 숲에 서 있는 듯이 아름답습니다.

특히 희귀종인 흰일월비비추는 마치 살풀이 춤추는 여인처럼 고아한 자태를 뽐내기도 합니다. 우리 지역에는 어딜 가나 많이 피는데 황매산, 한우산 등지에 무리지어 자생합니다.

이른 봄이면 넘나물·참취·미역취와 함께 인기 있는 산나물인데요. 할머니들은 ‘지부나물’이라 하여 뜯어 나물로도 많이 썼지만 근대처럼 여리고 부드러운 순을 살짝 비벼서 쌀뜨물에 된장 풀고 국을 끓여 먹으면 더 별미입니다. 식용으로는 인기가 많았지만 약용으로 쓴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곧 장마가 그치고 나면 금불초·이질풀·원추리·중나리·노루오줌 등 수많은 꽃이 가득 피어날 텐데요. 한여름 뜨거운 태양과 맞서 빛살에 맞춰 피어나는 꽃의 향연을 바라보며 고단한 삶의 피로를 위로받겠지요.

비비추가 그늘 풍성한 초록 숲에서 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신비한 아름다움을 느낄 텐데요. 누군가 그 모습을 보며 꽃말을 붙였나 봅니다. ‘신비로운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졌답니다.

한국주택신문 칼럼니스트 산엔들 대표 박덕선

출처: http://www.housi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757